이 집에 발을 들여놓을 때마다 미미한 위화감을 느낀다.
그것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다.
다시 이 땅을 밟은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외출하고 돌아와 현관문을 열면, 반드시라고 말해도 좋을만큼의 위화감이 다리에 머문다.
그만큼, 스스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현실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 집은 그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뒤에 지은 것이다. 그리고나서 바로 미도리지마로 건너갔기에, 오랫동안 비어있었다.
오랜만에 돌아왔을때, 열린 문 틈에서 잘 알고있는 공기와 냄새가 잔잔히 흘러 나왔다.
뇌리를 감싼 지금도 변하지않을 과거의 기억.
그것은 자신이 복수를 다짐했을 때의 끔찍한 것이 아닌, 가족이나 동료와 즐겁게 웃고 있을 때의 편안한 기억이다.
그리운 냄새는 그때부터 계속 이 집 안에 머물러있었다. 벽과 천장, 가구 구석구석까지 또렷하게 스며들었을 거다.
기억보다 훨씬 진한 냄새에 휩싸여서, 마치 영접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자기 방도 나갔을 때의 기억 그대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바로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실제로, 이 집의 시간은 멈춰 있었다.
내가 문을 열면서, 다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거부당하는 공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잘못된 건 없다고 생각한다.
침대에 걸터앉자 몸에 익숙해진 스프링의 삐걱거림이 느껴졌다.
천천히 드러눕곤, 숨을 내쉰다.
실내를 밝힌 램프의 은은한 불빛에 맞추어 여기저기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다.
그 빛을 가슴에 느리게 튕겨내고 있는 돌은 아이스 크리스탈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전에 생일을 묻길래 대답했더니, 오늘 아침 준 것이다.
오늘이 생일이라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그제야 깨달았다.
그렇다기엔 생일같은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로 고지식하다고 감탄한다.
이 돌의 이름은 처음 들었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조사해봤지만 최근 발견된 것 같아서 자세한 정보는 특별히 나오지 않았다.
단지, 이 시대에 발견된 수수께끼의 돌이라는 것이었다.
즉 미지의 돌이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일컬어지는 것 같다.
이 세상에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게 아닐까하고.
그녀석은 그 의미와 근원을 알고, 내게 이 돌을 넘겨준건가.
아니, 그렇지 않겠지.
그런 녀석이다. '왠지 이게 좋을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정도의 이유로 정한거겠지.
그렇다치더라도.......
"새로운 가능성, 인가."
중얼거리는데,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울림이라고 실감한다.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삶.
그녀석에게 붙잡혀 끝내야 했던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과연 살아있어 다행인건가.
앞으로, 살아갈 것도 포함해서.
날개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자, 의자 등에 머물고 있던 새가 이쪽으로 날아왔다.
내 어깨에 머무르곤, 몸을 털어댄다.
『그 돌은 받은건가?』
"아아."
『꽤 어울리군』
"...흥."
『그나저나, 새로운 가능성이란건 뭐지?』
스스로도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말을 들켜버려, 새를 곁눈질로 바라본다.
"들은건가."
『너로서는 드물게 중얼거리고 있었으니까.』
"흥. 이 돌이 갖고있는 의미인 것 같다."
『호오...』
새의 어미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뭐냐."
『전부터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괜찮나?』
"아아."
『얼마 전의 얘기가 되겠지만.......그때, 왜 아오바를 만진거지?』
"그때?"
『플라티나 제일에서 말이다. 자고 있는 아오바의 머리카락을 만졌을테지.』
".....아아, 너도 있었나."
그런 일이 있었던게 생각난다.
오벌타워에 가기 전날 밤.
잠자는 아오바의 머리카락을, 분명히 만졌다.
"왜그랬다고 생각하지? 알겠나?"
되물어본다.
기계에게는 인간의 감정적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있으면서도 물어봤다.
『흠...』
새는 조금 생각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는듯 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밍크가 기도하는 것을 자주 보곤했는데, 그것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기도?"
말하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
머리를 만진 것과 기도의 무엇이 닮았다는 건가.
"무슨 소리지."
『그때 네가 아오바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는지 거기까지 특정할 수는 없다. 다만, 신에게 기도한다는 건 구원을 바라고, 자비를 청하며, 신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드리기 위한 것이지?』
"정의로서는 틀리지 않았군."
『네게 있어, 아오바는 다른 인간과는 다른 위치에 있는 존재였다. 그것은 아오바에 대한 태도나 취급을 보고 있어도 알 수 있지.』
"…………"
『마지막까지 아오바에게 본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너 나름의 생각이 있던 것이겠지만, 그 순간만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역으로 생각해 봤다는 것이다. 설령 조금이라고 해도 그런 틈이 생길 정도로, 너는 아오바에게 뭔가를 느끼고 있었던게 아닌가.』
......나는 조금 올메이트라는 것을 얕잡보고 있었던 같다.
결국은 기계라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너를 거기까지 움직이게 했다는 것. 그 자체가 신에게 기도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고있는거다만.』
"......기계 주제에, 말만은 쓸데없이 잘하는군."
『멋으로 네 올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흥."
쓸데없는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샌다.
"확실히, 나는 그녀석에게서 나와 닮은 냄새를 느끼고 있었다. 나는 죽기 위해 산다는 모순을 품었고, 그녀석은 원치 않는데 상반된 인격을 갖고 파괴를 낳는 숙명을 안고 있었다."
그렇게밖에 살 수 밖에 없다.
그 생각을 그녀석 안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나 자신, 죽음과 복수를 결심하는데 망설임은 없었지만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일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뿐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그건 나 자신의 이야기다. 그녀석과는 관계없다.
사실은 그녀석도 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패로 쓰다 버릴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쩐지 머리 어딘가에서 그녀석은 죽게 해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했다.
나와 닮은 존재라 느끼면서, 나와는 다르다고.
삶과 죽음을 겸비한 그녀석 안에, 자신과는 다른 가능성을 찾고 있었던게 아닌지.
우리 일족에게 있어 죽음이란 그리 두려운것이 아니었다.
신의 품으로 떠나는 것이 죽음이라고 어릴 적부터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에, 죽음은 삶과 동등하게 소중한 것이었다.
그 탓일까.
그녀석 안에 잠재된 파괴적인 인격에 일종의 신성을 느끼기도 했다.
모든 것을 밀어내고 나아가는, 순수할 정도로 강한 자아.
나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그녀석은 죽음을 조종하려 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
지금도, 그녀석에게서 자신과 닮은 냄새를 느끼고 있냐고.
그 답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 녀석은 자기 안의 모순을 극복했으니까. 어쩌면 나보다 더 대단하지 않은가.
가볍게 웃으며 말하니, 새는 대답할 기운도 없는 듯 날개를 펴고 기지개를 폈다.
『......흠. 여러가지로 생각해봤지만, 역시 나에겐 조금 어려운 이야기다.』
"그런가?"
『아아. 너와 아오바의 관계성을, 나는 잘 모르겠다.』
"타워가 붕괴됐을 때, 올메이트인 네가 일부러 나에게 돌아온 것과 같은거다."
『무슨 말이지?』
"모르면 됐어."
『?』
새가 궁금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에 살짝 입술을 올려본다.
이녀석에게는 의외로 인간다운 냄새가 난다. 자각은 없는것 같지만.
이전이라면, 올메이트같은건 필요없다고 일축했겠지.
지금은.......
긴 이야기를 하고 한숨을 돌린 곳에서, 문 너머 복도를 걷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가 멈추고, 천천히 문이 열린다.
"밍크. 밥 다 됐어."
문에서 들여다보이는 얼굴을 돌아보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아아, 지금 가지."
침대에서 내려오자, 새가 날개짓을 하며 어깨에 멈춰섰다.
그대로, 문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삶과 죽음의 공존.
그 모순을 넘어선 자에게서 푸른하늘을 스치는 바람과 같은 투명한 냄새가 난다.
아직, 삶의 길을 걷고 있는것에 대한 감회는 없다.
기쁨의 빛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우선은 식탁으로 이어지는 문에서 새어나오는, 주황색 빛 안에 이 발끝을 담그려고 생각한다.
그곳에 있을 온기를 만지고, 투명한 바람의 냄새를 느끼기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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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밍크 드라마 cd를 보고 이 글을 읽었는데...cd 일러자켓에 있던 목걸이가 이거였구나 하고 이마를 탁 쳤습니다..아오바가 준걸 그렇게나 소중하게 지니고있었다니 ! ! ! !
캐릭터들을 두루두루 좋아하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 밍크 후일담 읽는게 제일 흥미진진하고 궁금하군요.
게다가 밍크시점으로 보여주다니..밍크가 아오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수 있었던 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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