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덕질 :: 오로지 덕질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을 때마다 미미한 위화감을 느낀다.

 그것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다.

 

 다시 이 땅을 밟은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외출하고 돌아와 현관문을 열면, 반드시라고 말해도 좋을만큼의 위화감이 다리에 머문다.
 그만큼, 스스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현실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 집은 그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뒤에 지은 것이다. 그리고나서 바로 미도리지마로 건너갔기에, 오랫동안 비어있었다.
 오랜만에 돌아왔을때, 열린 문 틈에서 잘 알고있는 공기와 냄새가 잔잔히 흘러 나왔다.

 

 뇌리를 감싼 지금도 변하지않을 과거의 기억.
 그것은 자신이 복수를 다짐했을 때의 끔찍한 것이 아닌, 가족이나 동료와 즐겁게 웃고 있을 때의 편안한 기억이다.

 

 그리운 냄새는 그때부터 계속 이 집 안에 머물러있었다. 벽과 천장, 가구 구석구석까지 또렷하게 스며들었을 거다.
 기억보다 훨씬 진한 냄새에 휩싸여서, 마치 영접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자기 방도 나갔을 때의 기억 그대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바로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실제로, 이 집의 시간은 멈춰 있었다.
 내가 문을 열면서, 다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거부당하는 공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잘못된 건 없다고 생각한다.

 

 침대에 걸터앉자 몸에 익숙해진 스프링의 삐걱거림이 느껴졌다.
 천천히 드러눕곤, 숨을 내쉰다.

 

 실내를 밝힌 램프의 은은한 불빛에 맞추어 여기저기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다.
 그 빛을 가슴에 느리게 튕겨내고 있는 돌은 아이스 크리스탈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전에 생일을 묻길래 대답했더니, 오늘 아침 준 것이다.
 오늘이 생일이라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그제야 깨달았다.
 그렇다기엔 생일같은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로 고지식하다고 감탄한다.

 

 이 돌의 이름은 처음 들었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조사해봤지만 최근 발견된 것 같아서 자세한 정보는 특별히 나오지 않았다.
 단지, 이 시대에 발견된 수수께끼의 돌이라는 것이었다.
 즉 미지의 돌이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일컬어지는 것 같다.
 이 세상에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게 아닐까하고.

 

 그녀석은 그 의미와 근원을 알고, 내게 이 돌을 넘겨준건가.
 아니, 그렇지 않겠지.
 그런 녀석이다. '왠지 이게 좋을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정도의 이유로 정한거겠지.
 그렇다치더라도.......

 

"새로운 가능성, 인가."

 

 중얼거리는데,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울림이라고 실감한다.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삶.
 그녀석에게 붙잡혀 끝내야 했던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과연 살아있어 다행인건가.
 앞으로, 살아갈 것도 포함해서.

 

 날개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자, 의자 등에 머물고 있던 새가 이쪽으로 날아왔다.
 내 어깨에 머무르곤, 몸을 털어댄다.

 

그 돌은 받은건가?』
"아아."
『꽤 어울리군
"...흥."

그나저나, 새로운 가능성이란건 뭐지?

 

 스스로도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말을 들켜버려, 새를 곁눈질로 바라본다.

 

"들은건가."
너로서는 드물게 중얼거리고 있었으니까.
"흥. 이 돌이 갖고있는 의미인 것 같다."
호오...

 

 새의 어미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뭐냐."
전부터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괜찮나?
"아아."
얼마 전의 얘기가 되겠지만.......그때, 왜 아오바를 만진거지?
"그때?"
플라티나 제일에서 말이다. 자고 있는 아오바의 머리카락을 만졌을테지.
".....아아, 너도 있었나."

 

 그런 일이 있었던게 생각난다.
 오벌타워에 가기 전날 밤.
 잠자는 아오바의 머리카락을, 분명히 만졌다.

 

"왜그랬다고 생각하지? 알겠나?"

 

 되물어본다.
 기계에게는 인간의 감정적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있으면서도 물어봤다.

 

『흠...

 

새는 조금 생각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는듯 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밍크가 기도하는 것을 자주 보곤했는데, 그것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기도?"

 

 말하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
 머리를 만진 것과 기도의 무엇이 닮았다는 건가.

 

"무슨 소리지."

때 네가 아오바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는지 거기까지 특정할 수는 없다. 다만, 신에게 기도한다는 건 구원을 바라고, 자비를 청하며, 신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드리기 위한 것이지?

"정의로서는 틀리지 않았군."
『네게 있어, 아오바는 다른 인간과는 다른 위치에 있는 존재였다. 그것은 아오바에 대한 태도나 취급을 보고 있어도 알 수 있지.
"…………"
마지막까지 아오바에게 본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너 나름의 생각이 있던 것이겠지만, 그 순간만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역으로 생각해 봤다는 것이다. 설령 조금이라고 해도 그런 틈이 생길 정도로, 너는 아오바에게 뭔가를 느끼고 있었던게 아닌가.

 

 ......나는 조금 올메이트라는 것을 얕잡보고 있었던 같다.
 결국은 기계라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너를 거기까지 움직이게 했다는 것. 그 자체가 신에게 기도하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고있는거다만.
"......기계 주제에, 말만은 쓸데없이 잘하는군."
멋으로 네 올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흥."

 

쓸데없는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샌다.

 

"확실히, 나는 그녀석에게서 나와 닮은 냄새를 느끼고 있었다. 나는 죽기 위해 산다는 모순을 품었고, 그녀석은 원치 않는데 상반된 인격을 갖고 파괴를 낳는 숙명을 안고 있었다."

 

 그렇게밖에 살 수 밖에 없다.
 그 생각을 그녀석 안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나 자신, 죽음과 복수를 결심하는데 망설임은 없었지만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일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뿐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그건 나 자신의 이야기다. 그녀석과는 관계없다.
 사실은 그녀석도 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패로 쓰다 버릴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쩐지 머리 어딘가에서 그녀석은 죽게 해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했다.
 나와 닮은 존재라 느끼면서, 나와는 다르다고.
 삶과 죽음을 겸비한 그녀석 안에, 자신과는 다른 가능성을 찾고 있었던게 아닌지.

 우리 일족에게 있어 죽음이란 그리 두려운것이 아니었다.


 신의 품으로 떠나는 것이 죽음이라고 어릴 적부터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에, 죽음은 삶과 동등하게 소중한 것이었다.

 그 탓일까.
 그녀석 안에 잠재된 파괴적인 인격에 일종의 신성을 느끼기도 했다.
 모든 것을 밀어내고 나아가는, 순수할 정도로 강한 자아.
 나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그녀석은 죽음을 조종하려 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

 

 지금도, 그녀석에게서 자신과 닮은 냄새를 느끼고 있냐고.
 그 답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 녀석은 자기 안의 모순을 극복했으니까. 어쩌면 나보다 더 대단하지 않은가.

 

 가볍게 웃으며 말하니, 새는 대답할 기운도 없는 듯 날개를 펴고 기지개를 폈다.

 

......흠. 여러가지로 생각해봤지만, 역시 나에겐 조금 어려운 이야기다.
"그런가?"
아아. 너와 아오바의 관계성을, 나는 잘 모르겠다.
"타워가 붕괴됐을 때, 올메이트인 네가 일부러 나에게 돌아온 것과 같은거다."
무슨 말이지?
"모르면 됐어."

 

 새가 궁금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에 살짝 입술을 올려본다.
 이녀석에게는 의외로 인간다운 냄새가 난다. 자각은 없는것 같지만.

 

 이전이라면, 올메이트같은건 필요없다고 일축했겠지.
 지금은.......

 

 긴 이야기를 하고 한숨을 돌린 곳에서, 문 너머 복도를 걷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가 멈추고, 천천히 문이 열린다.

 

"밍크. 밥 다 됐어."

 

 문에서 들여다보이는 얼굴을 돌아보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아아, 지금 가지."

 

 침대에서 내려오자, 새가 날개짓을 하며 어깨에 멈춰섰다.
 그대로, 문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삶과 죽음의 공존.
 그 모순을 넘어선 자에게서 푸른하늘을 스치는 바람과 같은 투명한 냄새가 난다.

 

 아직, 삶의 길을 걷고 있는것에 대한 감회는 없다.
 기쁨의 빛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우선은 식탁으로 이어지는 문에서 새어나오는, 주황색 빛 안에 이 발끝을 담그려고 생각한다.

  그곳에 있을 온기를 만지고, 투명한 바람의 냄새를 느끼기위해.

 

 

 

-

 

사실 밍크 드라마 cd를 보고 이 글을 읽었는데...cd 일러자켓에 있던 목걸이가 이거였구나 하고 이마를 탁 쳤습니다..아오바가 준걸 그렇게나 소중하게 지니고있었다니 ! ! ! ! 

캐릭터들을 두루두루 좋아하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 밍크 후일담 읽는게 제일 흥미진진하고 궁금하군요.

게다가 밍크시점으로 보여주다니..밍크가 아오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수 있었던 편이었어요. 

 

그건, 내가 언제나처럼 '평범'에서 가게를 보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시간은 늦은 점심.
 평소에는 거의 손님이 오지않는 한가한 시간대에 가게 문이 열렸다.
 손님인가.
 이런 시간에 별일이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확인하고 있던 전표에서 얼굴을 들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


"어서 오세....."


 거기서 말을 멈췄다.
 흠칫하며 문을 응시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게에 들어온 건 손님이 아니었다.


"여어."
"너......"
 ......노이즈.


 거기에는 낮의 손님 이상으로 드문 녀석이 서 있었다.
 무심코 멍하니 노이즈를 바라본다.
 노이즈는 여전히 무뚝뚝한 태도로 내가 있는 카운터까지 걸어다가왔다.
 손에는 무언가 큰 봉투를 들고있다.
 뭐지?
 그보다 뭐하러 온거지?


 나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어 노이즈를 노골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다.
 확실하게 경계해 두지 않으면 이녀석 무슨 계획을 하고 있는지 정말 모르니까 말이다.
 ......뭐, 아무것도 꾸미지 않을 때도 가끔 있지만, 어쨌든 방심할 수는 없다.


"뭐야, 네가 갑자기 가게에 온다던가. 무슨 용건이야?"

 내가 조용히 물어보자, 노이즈는 갖고 있던 봉투를 털석 카운터에 뒀다.


"...이거."
"응? 뭔데?"


 종이봉투엔 상당히 빼곡하게 내용물이 담겨있는 것처럼 보인다.
 뭔가해서 들어보려고 하는데, 놀란다.


"무거워! 뭔데 이거?"
"열어보는건?"


 시큰둥한 태도로 노이즈가 답한다.
 ......이 말투. 정말 보통말투가 아니네.
 알고는 있지만 변함없는 어조에 욱하며, 나는 종이봉투에 손을 찔렀다.


"...헤? 뭐야 이거......, 과자?"


 봉투에서 부스럭부스럭하고 나온 것은 산더미 같은 과자였다.
 사탕, 초콜릿, 껌, 파운드 케이크, 카라멜, 라무네......
 잡아올린 손가락 사이로 그것들이 뚝뚝 떨어진다.


"당신에게 줄게. "
"에? 어째서?"


 갑자기 대량의 과자를 준다고 말한다해도, 전혀 의미를 모른다.


"오늘 무슨 날이였나? 무슨 기념일이라던가?"
"아니?"
"그러면 왜."
"그보다, 별로 기념이라든가 할 정도의 일도 아닌데."
"그렇다는 건 뭔가 있는 거지? 가르쳐 줘봐."


 노이즈치고는 보기 드물게 흐린 말투다.
 흥미가 넘쳐서 다가가자, 슬쩍 시선이 비껴간다.


"별로 괜찮잖아, 아무래도."
"안괜찮아. 여기까지 와서 그러면 안되잖아? 알려달라니까."
"…………"
"이봐, 얼른."


 뭐야? 뭔가 있는거야?
 답지않은 노이즈의 태도에, 나는 조금 두근두근거리면서 대답을 재촉했다.


".....생일이랄까."
"헤, 생일? 누구의?"
"나야."
"진짜로?!"


 놀라 소리를 지르자 노이즈가 짜증난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시끄러워."
"그보다 네가 생일인지도 전혀 몰랐는데."
"알려주지도 않았고."
"알았더라면 제대로 준비했을텐데 말이지~"


 그렇게, 거기까지 말하고 문득 알아차린다.
 생일과 이 종이 봉투.
 어떤 관계가 있나?
 ......설마.


"저기, 이 종이봉투, 이거 혹시......선물이란 의미-아냐?
"뭐 생일과의 관계성을 생각한다면, 그런 답에 다다를려나."
"아니아니아니, 왜 네가 선물을 가져오는 거냐고. 이상하잖아? 오히려 내가 주는 편이지, 이 경우."


 나도 모르게 찔러보자 노이즈는 가볍게 어깨를 움츠렸다.


"별로 축하받고싶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에, 그럼 이 종이봉투는......"
"생일이란 거, 세간에 일반적으로는 축하하는 날이지?"
"아아, 뭐어."
"즉, 그건 말이야."


 다시 노이즈가 갑자기 휙 시선을 돌린다.


"태어나는 녀석에게 있어서 경사스러운날, 기쁜 날이라는 거야."

"경사스러운 날...뭔가 어감이 이상하지만, 뭐 그런가."

"그럼, 그 당사자가 기쁜 척을 해도 틀리지 않잖아."
"? 기쁜, 척을?"


 뭔 소리야?
 노이즈의 말이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

   묻는 시선을 던지자 노이즈는 '모르는거냐' 라는듯 나를 노려보곤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경사스러운 날의 당사자인 내가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짓을 해도 틀리지 않을 거라는 거야."
"헤? ....에?"
 역시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이해가 안 가서, 나는 노이즈의 말을 머릿속에서 몇번이나 반복했다.
 에- 그러니까.
 그거, 요컨대....


".....네 생일인데, 네가 날 기쁘게 해주려고 했다는 거?"
"그래."
"어째서."
"…………"


 정말 의미를 몰라서 되물었더니,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험악한 눈초리를 맞고 말았다.


"모르겠냐고-."
"모르겠는데-."
"내게 기쁜 날이라면, 그런 날에 당신을 기쁘게 하는게 나는.......이제 됐어. 이거나 먹어."


 도중에 귀찮아진건지, 노이즈는 한숨을 쉬며 말을 멈추고 종이봉투에 손을 찔렀다.
 사탕을 하나를 꺼내, 나를 향해 던진다.


"윽, 뭐냐고. 엄청- 신경쓰이는걸."


 추궁하고 싶었지만, 이 이상은 노이즈가 진짜로 화낼 것 같으니 그만둘까.


"뭐, 됐어. 그럼, 너한테는 이거 줄게."


 기분을 전환해서, 나는 답례인 양 종이봉투에서 사탕을 꺼냈다.
 노이즈의 손에 사탕을 올려주려고 하다가, 움직임을 멈춘다.
 ......맞아.
 좋은 생각이 들었다.
 얼굴이 씰룩거리려는걸 걸 참으며, 나는 노이즈에게 건네려고 했던 사탕봉지를 풀었다.


"?"
 의아해 하는 노이즈를 향해, 풀어헤친 사탕을 손가락으로 집어 내민다.
"여기, 아~"
"!"


 순간 노이즈가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을 내뺐다.


"까불지마. 뭐하는 거야."
"훗훗후-"


 이러한 반응이 되돌아오는 것은 예상했다.
 그보다 무심코 생각한 대로 되어서 즐겁다.
 나는 어른의 여유로 빙긋 웃어 보였다.


"괜찮으니까 괜찮으니까. 네 생일인데 선물을 직접 사와버렸으니까, 내가 설 자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적어도, 아-."
"....윽."


 노이즈의 표정에 분노과 곤혹이 떠오른다.
 혹시라도 진짜 열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나는 카운터에서 몸을 내밀어 노이즈의 입술에 사탕을 갖다댔다.
 이녀석의 이런 얼굴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기에, 좀 들떠버린다.
 노이즈는 잠시 사람을 죽일것 같은 눈매로 나를 노려보다가...
 정말로, 입을 열었다.
 ......해냈다.


 나는 조금 두근두근 거리면서, 작게 열린 입안에 사탕을 넣었다.
 달그락, 하고 사탕이 치아에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울린다.


"맛있어?"
".....별로. 그보다 달아."


 화를 낼 줄 알았는데 노이즈는 부루퉁한 얼굴만 보일뿐이었다.
 ......위험해. 즐겁다.


"그거야 단거잖아. 솔직하지 않네, 정말."


 내심 승리의 포즈를 취하고 싶은 기분에 나는 응응거리며 수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계속 따라주지 않던 고양이가 이제야 만지게 해주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이래저래 나이에 상응하는 데가 있단 말이지, 이녀석.


"………"
 노이즈는 히죽히죽 웃음을 주체할수 없는 나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아까 내게 주었던 사탕봉지를 잡았다.
"...그럼, 당신도."
"에?"


 거칠게 싸인 종이를 풀어헤치며 사탕이, 쭉 내게로 향한다.
 그 눈에는 '놓치지 않겠어' 라는 듯 조용한 기백이 가득 차 있었다.


"자."
"으......"


 이, 이건......
 사탕을 입가에 뻗으니, 주춤한다.
 자신이 하는 쪽이라면 전혀 아무렇지 않지만, 당하는 쪽이 되니 꽤 허들이 높은데......
 그런 나의 생각을 간파한 것인지 노이즈가 입술 끝을 끌어올린다.


"뭐야, 나 때는 신나게했던 주제에."
"아니......이건 하는쪽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창피하달까......"
"모르겠고. 됐으니까 빨리, 자."
 ......젠장..
"...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입을 벌리자, 조심스레 사탕이 들어갔다.
 혀 위에 부드러운 단맛이 퍼진다.


 ......아, 그립네.
 그러고보니 요즘은 사탕은 별로 먹은적이 없는것 같아.
 옛날에는 할머니가 간식으로 줘서 잘먹었는데.
 어릴 땐 포도와 사과맛을 좋아해서, 자주 할머니에게 보챘지.
 입안에서 사탕을 굴리며 옛날을 떠올리니, 노이즈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맛있어?"
"...응."
"그래. 잘 됐네."


 퉁명스레 말을 한다.
 그래도, 그 말을 듣고 나니 왠지 묘하게 즐거워졌다.
 바보취급하거나 부정하는 것도 아닌, 이녀석이 솔직하게 긍정하는 건 드문 일이다.
 게다가 노이즈가 아까 말하려던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됐다.
 자신의 생일에, 왠지 내게 선물을 가져온 노이즈.
 그건 요컨대... 생일이란 것을 노이즈 나름대로 생각한 거였을까, 라든지.
 축하받는것에는 흥미가 없다고 말했지만, 나를 기쁘게 해주는게 노이즈에게 있어서는 기쁜 일이라는건가...


 그래서 자신의 생일인데도 나한테 선물을 가져온걸까, 라든지.
 자만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마 맞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노이즈."
"응?"
"생일, 축하해."


 아직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내 나름대로의 마음을 담아 말하자 노이즈는 약간 쑥스러운 얼굴로 외면했다.


"...아아."


  달그락, 노이즈가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는 소리가 난다.
  함께 사탕을 먹으면서, 나는 오늘이라는 날이 더욱 즐거워져서 웃었다.

 

 

 

 

-

 

 

평범에서 일어난 일이니 오벌타워 붕괴 사건 이전 일려나요? 퇴원후라기엔 노이즈의 츤데레적 면모가 많은것 같기도 하고...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면 이때는 제대로 공략하기 전일텐데, 아주 썸을 제대로 탔네요^^...

제대로된 생일을 맞아본적이 별로 없는지 되려 아오바에게 선물을 주는 노이즈를 보니  찡하네여..ㅠㅠ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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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에서는 연일, 어디서나 눈이 내리고 있다던가 올해 엄청난 추위를 갱신한다던가 하고있다. 미도리지마에는 눈은 내리지 않지만, 한겨울이면 역시 기온이 내려간다. 그래도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어 햇살도 따뜻하고 좋은 날씨다. 그러던 중, 나는 클리어를 데리고 수족관에 가기로 했다.
계기는, 클리어의 한마디부터였다.


"저기......생일이란거 즐거울것 같아요!"


저녁을 먹고 내 방에 가서 침대에 앉아 시시한 이야기를 하던 때였다. 클리어가 갑자기 내쪽으로 몸을 내밀어, 그런 말을 힘껏 말해왔다.

 
"생일이란 건, 모두가 즐겁게 축하하는 거죠."
"아아, 뭐 그렇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케이크를 먹거나 선물을 주고 노래를 부르거나 하는거죠?"
 

클리어가 두근두근한 모습으로 양손을 마주잡는다.


"아오바씨는 해본 적 있으신가요?"

 
"옛날에, 할머니가 해 줬어. 케이크랑 요리를 만들어서. 지금도 가벼운 축하라면 해 주고."
 

"그런가요~ 좋네요~ 재밌을 것 같아요~"
"그보다 뭔데 갑자기 생일같은걸? 뭔가 본거야?"


"네! 얼마전에, TV에서 누군가의 생일파티를 하는 걸 보았답니다!"

 
말하자마자 클리어는 힘차게 침대에서 일어나 과장된 몸짓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이~렇게 큰 방에서 사람이 우르르 모여 남자과 여자가...이~렇게 키가 큰 케이크를 같이 자르고 있었어요! 같은 생일이던 사람들이었던 걸까요? 어쨌든 장대하고 대흥분입니요!"
".......그거, 결혼식 아냐?"
"엣, 그런건가요?!"


말로 추측하는 한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생일이 아니겠지. 아무래도 결혼식과 생일을 헷갈려 하는 모양이다.
차이를 설명해 주니 클리어는 응응거리며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잘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모두가 즐겁게 축하하는건 어느쪽이든 변하지 않는거죠?"
"그렇네."
"그럼, 아오바씨 생일엔 제가 힘껏 축하드릴게요!"


클리어가 양손을 한껏 잡고, 당당한 포즈로 기합이 들어간 어조로 말한다.

 
"...그런데, 네 생일은?"


지금 얘기로 흘러가자면 나보단 일단 클리어의 생일을 축하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클리어는 내 말을 듣자 미소지은채 조금 아쉬운 듯 눈을 찡그렸다.

 
"제게는 생일이 없습니다. 생일이라는 개념은 지식으로 갖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

 …..그런가


클리어의 경우 인간이 아니어서 '태어난 날'이라는 게 없다. 제조된 날이 되버리려나? 
그렇게 생각하니 클리어가 생일에 흥분하는 걸 알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금 안타까웠다.
나도 너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답해주고 싶지만, 답해줄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있잖아."


문득 생각나서, 나는 클리어에게 어느 제안을 했다.
그 말을 들은 클리어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은 그 제안을 실행하는 날이다.
모처럼이니까, 나는 클리어가 전부터 가고 싶어하던 수족관에 데려가주기로 했다.
구주민구의 주변에도 수족관은 있지만 플라티나·제일 쪽이 크고 새롭다고 하기에 그쪽으로 가기로 했다.
오벌타워의 붕괴와 함께 플라티나 제일이 풀렸기 때문에 지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시설 직원들도 구 주민구원으로 바꼈다.
플라티나·제일의 수족관은 과연이라고 해야할까 뭐랄까, 크고 깨끗한 건물이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매표소에서 나란히 입장권을 2장 사서 입구로 향한다.
휴일 오후라 사람이 많은건 당연하겠지만 특히 커플들이 많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월은 발렌타인 데이도 있고,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발렌타인 데이엔 클리어가 어김없이 좌충우돌을 벌이고, 그 후 함께 제대로 된 초콜렛을 만들었다.
클리어의 초콜렛은, 해파리 모양의 초콜릿 판에 내 얼굴과 함께 "아오바씨, 언제나 감사합니다."라는 아버이의 날같은 문장이 쓰여져 있었다.
조금 쑥스러우면서도 클리어의 최선을 다한 기분이 느껴져, 나도 초콜렛 트리플을 만들어 주었다.
클리어는 아주 기뻐하며 "조금씩 소중히 먹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우와아......"


입구 게이트를 빠져나와 안으로 들어간 순간, 클리어는 기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관내는 어둡고 푸른 간접조명이 수면 파동을 일으키듯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다.
그 빛에 떠오르는 수족관과 유유히 헤엄치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은 매우 환상적이었다.
나 자신은 수족관에 오는 건 처음이 아니다. 구주민구가 생기기 전에 할머니나 부모가 섬의 수족관으로 데려간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릴때의 이야기고, 거의 어떤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 가까운 감각으로 눈앞에 펼쳐진 푸른 광경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대단하네요~. 아오바씨와 렌씨는, 수족관에 오는 것은 처음인가요?
"나는 처음은 아니지만, 너무 옛날 일이라 기억나지 않네."
『나는 처음이다.』


렌이 가방에서 불쑥 얼굴을 내민다.


"그렇습니까? 그럼 렌씨는 저랑 같네요. 즐거운걸요."
『아아, 그렇군.』


클리어는 보물 상자 속의 모습을 바라보듯 수조 하나하나를 천천히 들여다보다가, 곧 어느 수조 앞에 멈춰 섰다.


"해파리다......"


툭하고 중얼거린 채 클리어가 움직이지 않게된다.
다른 손님들이 계속해서 다음 수조에 흘러들어가도 클리어는 움직이지 않는다.
해파리에게 열중하고 있는 등이 왠지 어린아이 같아 귀엽다.


"예쁘네."
"네......실물은 처음 봤어요. 무척, 감동입니다..." 


클리어의 목소리는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멍하다.
나도 진짜 해파리 구경은 처음이다.
물 속을 둥실둥실 떠다니는 반투명의 해파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나른하고 여렸다.
의지있는 모습은 꽃같고,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움직임은 거의 없지만 그 느긋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니 왠지 힐링된다.
나는 클리어와 함께 잠시 해파리를 바라보다, 그 중 문득 떠올랐던 의문에 입을 열었다.


"이녀석들 말이야. 계속 수조 안에 있고, 바다로 돌아고 싶다고 생각한다던가 하지않을까. 수조 안이 좁다고 생각하던지 말야."

 
클리어는 한 번 내 쪽을 보고 나서 다시 수조에 얼굴을 대고 생각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군요......혹 그렇게 생각하는 해파리씨도 있을지도 모릅니다만.....그래도 분명, 그들에게 있어 이 안이 세상의 전부같은게 아닐까요."

 
클리어가 뭔가를 찾아내려는 듯, 수조에 얼굴을 가까이 붙인다.
그 표정은 생각 외로 진지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어떤 장소로 데려가든간에 불평불만을 느끼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주어진 위치에서 그들은 세상을 힘껏 살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장갑을 낀 손가락 끝이, 해파리의 궤적을 따라가듯 살짝 유리를 더듬는다.


"게다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웃는 얼굴로 수조를 들여다보고 있어요. 만약 저였다면, 매일 저를 보고 누군가 반겨준다면 기쁠겁니다."


그렇게 말하고나서, 클리어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저도, 아오바씨가 언제나 웃어주는 것이 가장 기쁘니까요."
"…………"


면전에서 그런 말을 듣고있자니, 나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느긋하게 해파리가 떠다니는 수조의 푸른 빛을 받아 미소 짓는 클리어에게 눈을 빼앗긴다.
마치 마음까지 파고드는 듯한, 투명한 광경이다.


"오늘, 이 장소에 오게되어 기쁩니다, 아오바씨. 감사합니다.


나는 정말 기쁜듯한 클리어 곁에 다가가 거리를 좁히고 어깨를 나란히 했다.
주변에서 보이지 않도록, 살며시 손을 잡는다.
그러자 클리어가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다.
어쩐지 쑥스러워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수조에 시선을 돌렸다.


"생일 축하해, 클리어."
"......! ......감사합니다."
『축하한다, 클리어.』
"렌씨도 감사합니다!"
"그럼, 슬슬 다음으로 갈까."
"네."


마주잡은 손을 가볍게 잡아당겨 옆 수조로 이동한다.
클리어는 만면에 미소를 지은채, 내 손을 부드럽게 꼭 움켜쥐었다.


"오늘은 아오바씨와 렌씨와 함께 첫 수족관에 와서 처음으로 해파리를 봤어요. 정말로 행복한...행복한 생일입니다."
"하지만 생일은 아직 지금부터라니까? 수족관도 끝에 더 있고, 돌아가면 할머니의 요리와 케이크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네!"


클리어의 생일을 어떻게든 축하하고 싶다고 생각한 나는 클리어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클리어가 할아버지와 처음 만난 날을 생일로 하자.' 고.
물론, 클리어는 그 날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이, 오늘.
2월 20일.

 

-

 

클리어는 왜 항상 아련터지는가...다른 애들과는 다르게 마지막에 생일 날짜가 적혀있는것조차 아련하잖아...

클리어랑 아오바 언제나 꽃길만 걸어주길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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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

 

 오늘은 코우자쿠가 마을로 돌아오고나서 두 번째 생일이다.

 

 코우자쿠의 생일은 원래 할머니가 기억하고 있어서, 예전부터 8월이 될 때마다 알려줬기에 나도 자연스럽게 외웠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축하하자는 말이 나와 우리 집에서 할머니의 손수만든 음식을 먹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은 코우자쿠의 일이 끝나는게 늦어진다고 해서 내일 하기로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뭔가 쓸쓸할테고, 일단 선물만이라도 건네줄 생각에 나는 코우자쿠 집에 가보기로 했다.
 일이 끝나는 시간을 메일로 물어보니, 밤 10시 정도라고 답신이 왔다.
 10시 반 즈음이면 벌써 돌아왔을 것이라 생각해 나는 그정도에 코우자쿠의 집으로 향했다.
 낮과는 다른 의미로 활기찬 아오야나기 거리를 벗어나 떠들썩한 여운을 주는 주택가로 들어간다.
 이 부근에 그럭저럭 좋은 느낌의 건물 3층에, 코우자쿠가 살고있다.

 

"미용사란거 돈 벌수 있는걸까."

 

 내가 중얼거리자 어깨에 매고있는 가방에서 렌이 얼굴을 내밀었다.

 

『코우자쿠의 평판은 상당히 좋은 것 같다만.』
"나름대로라는건가~"

 

 렌과 띄엄띄엄 얘기를 하며 계단을 올라가 3층 복도를 걸어 가장 뒤쪽에 있는 방 앞에 서서 인터폰을 누른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안에서 열쇠로 여는 소리가 났다.

 

"네 네, 엇. 아아, 아오바냐?"
"수고했어."

 

 문이 열리자 얼굴을 내비친 코우자쿠가 미소를 짓는다.

 

"너도 수고했어. 올라와."

" 실례하겠습니-다."

 

 크게 문을 열어준 코우자쿠의 옆을 지나쳐 나는 신발을 벗고 복도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
 코우자쿠의 방은 조금 넓은 주방이 붙은 방인데, 복도 옆에 화장실과 목욕탕이 있고, 그 앞에 주방 겸 식당, 더 안에는 침실이 있다.
 몇번인가 온적 있지만, 역시 남의 집이란건 조금 긴장된다.
 들고온 봉투를 식탁에 올려놓자 뒤쪽에서 코우자쿠가 들어왔다.

 

"거기, 앉아있어. 뭔가 마실래?"
"아아. 하지만 그 전에, 이거. 생일 축하해."
"오, 고마워."
축하한다, 코우자쿠.
"렌도 고맙다."

 

 코우자쿠과 함께 자리에 앉아 가방을 바닥에 놓고 렌을 끌어 올리자 문 쪽에서 똑똑 소리가 났다.

 

여어, 아오바랑 렌. 잘 왔어.

 

 날개를 퍼덕이며 이쪽으로 다가온 것은, 베니다.

 

"방해했나보네, 베니."
베니,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오우, 편히 있으라구.

 

 베니가 코우자쿠의 어깨에 멈추며 부르르 날개를 떤다.
 코우자쿠는 반갑게 봉투를 품으로 끌어당겨 느긋한 손놀림으로 내용물을 풀어헤친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코우자쿠의 동작은 하나하나가 은근 정중하구나.
 본인의 기질적으로 거칠거나 호쾌하거나 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도 않다.
 침착하다고 할까, 서두르지 않는다고나 할까.
 그런 점도 직업의 성격상일까, 라고 생각한다.

 

"응? 이거 혹시......"

 

 선물 포장지를 벗겨내고 안에서 나온 것을 보고 코우자쿠는 눈이 동그래졌다.

 

"술..., 브랜디-인가. 이건 또 꽤나 비쌀 것 같군."
"모처럼이니 좋은 걸 보내야할 것 같아서. 나, 술에 대해 그다지 모르니까 말이야. 요시에씨에게 물어보기도 하던가 그랬는데."
"그랬더니?"
"성인 남자에게 선물을 준다면 단연 이거라는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코우자쿠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하하하, 성인 남자라. 과연 요시에씨, 확실히 좋은 술이야. 뭐 솔직히, 이런 좋은 걸 마시기에는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느낌은 들지만 ..."

"부족해?"

 

 부족하단게 무슨 말이지?
 술마는데 뭐 필요한가? 설마 나이같은걸 말하는건 아닐테고.
 내가 의아해하는걸 눈치챈건지 코우자쿠는 조금 턱을 당기곤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거야, 빨리 이 술과 잘 어울리는 남자가 되라는 아오바의 메세지라는 뜻이잖아?"
"....하?"

 

 나도 모르게 배 밑에서 뒤집어지는 목소리가 나와 버렸다.
 지금 이야기의 어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그렇게 되는거냐......

 

"별 말씀 안 하셨는데."
"농담이야. 하지만 진심으로 기쁜데. 그럼, 곧바로 즐겨보도록 할까."

 

 코우자쿠가 선반에서 잔을 가져와 고쳐앉고, 브랜디를 열었다.
 글래스에 브랜디를 조금 부어 가볍게 돌리곤 맛을 보는 듯 잔에 입을 댄다.
 나는 그 모습을 몰래 긴장하며 지켜봤다.
 요시에씨의 추천으로 사긴 했지만, 어떨까나.
 브랜디의 맛이라던지 나는 전혀 모르고 취향도 있을테고....솔직히, 좀 불안하다.
   코우자쿠가 잔을 입에서 떼고, 다문다.

 

"...어때?"

 

 진지하게 물어본다.
 잠시 후, 코우자쿠의 입술에 미소가 번졌다.

 

"맛있어."
"정말로?"
"아아, 겉치레가 아니라니까?"

 

 그 말에 후유하고, 가슴에 담고있던 숨을 내뱉는다.

 

"그런가, 기뻐해줘서 다행이다."
"정말 맛있다고. 너도 한 모금 마셔볼래?"
"그래도 그거, 꽤 센 거지?"
"그렇지. 뭐 너에게는 좀 힘들지도."
"나, 그렇게 술 강하지도 않고, 그만둘래."

 

 내가 거절하자, 코우자쿠는 잔을 들고 식탁에 팔꿈치를 짚고선 응응거리며 몇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아오바는 술버릇이 나빠서 말이지. 그만두는 편이 좋나."

 

 실실 거리면서 그런 들으니, 좀 화가 난다.

 

"별로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은-걸. "
"아니아니, 심하지. 술에 취했을 때라 기억도 안나는 걸까."
"심하지 않다니까. 그치, 렌?"
...심하지 않다, 고는 단언할 수는 없다.』
"...어이."
그치~ 나도 렌에 동의.

 

 그렇게 나, 술버릇 나쁜가?
 렌과 베니에게까지 그런 말을 들고 눈썹이 쳐지니 코우자쿠가 묘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보다, 정말 기억나지 않는거야? 전에 마셨을 때, 내게 키스해 온 거라든지."
".........헤?"

 

 ......지금 뭐라한거지?

 

"거짓말."
"...기억나지 않는거야?"
"진짜로? 에? ......에??"
"굉장히 달라붙어놓고선 의자채 밀어트렸다고. 이렇게, 얼굴을 꽉 잡고, 꾹꾹도."
"에...."


 그런 짓을 했다고? 내가?
 코우자쿠를......, 밀어트렸어?

 너무나 어안이 벙벙해있자니, 코우자쿠가 갑자기 입가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
 자세히 보니, 그 어깨가 떨리고있다.

 

...................
 ........이녀석!

 

"미안, 거짓말이야 거짓말. 농담이야."
"~~~~"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코우자쿠를 향해, 포장지를 둥글게 말아서 힘껏 던졌다.

 

"아얏."
"너말야~"
"정말 미안했어. 네가 너무 당황하니까, 무심코."
"…………"

 

 지금 건 꽤나 울컥거렸다.
 말해도 좋은 농담과 나쁜 농담이 있다고!

 내가 고개를 돌리자, 코우자쿠는 잔의 브랜디를 가볍게 훑으며 작게 웃었다.

 

"아오바, 미안하다니까. 기분 풀어."
『기분 풀라고, 아오바~

 

 ......젠장.
 여기서 철저히 무시할 수만 있다면,내가 얼마나 열받았는지 전해질텐데.......
 찌푸린 얼굴을 유지한 채, 힐끗 코우자쿠를 본다.

 

"웃지 마."
"싫은걸. 지금 널 보고 있자니, 왠지 옛날 일이 떠올라서."
"옛날 일?"
"아아, 기억해? 내 생일을 축하하고 싶다고 네가 말을 꺼내고나서, 그러면 생일이라면 케이크니까 케이크 만드는 거야! 라고 말했잖아."
"헤......"

 

 했던가 그런 거.
 했던가, 안했던가.....
 생일에 할머니가 구워주는 케이크는 분명히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있지만.......

 

"음......?"
"너, 타에씨의 손을 빌리지 않고 혼자서 하다 실패했어. 스펀지는 타서 습하고, 생크림은 녹아 물이 되어선."
"에, 그런......그런 걸 만들었던가?"
"아아, 잘 기억하고 있어. 그러곤 내가 먹으려하니까, 이번엔 망치면 곤란하니까 그만두라고 화냈잖아.
"또 거짓말하는건- 아니겠지?"
"그럼 말고."

 

 우와......

   만약 사실이라면, 왠지 창피하다.
 전혀 기억나지도 않고 어릴 때의 이야기일텐데 자신의 알지 못하는 비밀을 발설당한 듯한 기분이랄까.......

 

"그래도."

 

 당시 일을 떠올리는지, 코우자쿠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맛있었어, 그거"
"......그건 역시 아무리 그래도 거짓말이지."

 

 스펀지는 타버리고 생크림이 녹아버린 케이크같은 거 어떻게 생각해도 맛있을 리 없다.
 나도 모르게 찔러보자 코우자쿠는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젓는다.

 

"진짜래도. 네가 여기저기 데여서는 설탕이니 우유니 묻히면서 울 것 같은 얼굴로 열심히 만들어 줬어. 그게 맛없을리가 없겠지만."
"…………"
"제대로 남기지 않고 다 먹었던가. 내가 맛있다 했는대도 너, 전혀 믿지 않았지. 요리의 1등 조미료는 애정이라고 들었다고?"

 

 …………

 

 ......정말, 이녀석은.
 왜 그런 이상한 말을 계속 하고...
 더는 어떤 얼굴을 봐야 할지 알 수 없게 되버려서 나는 눈을 내리뜨고 의미없이 헛기침을 했다.
 코우자쿠가 당당하게 입을 터는 대사를 해대는 녀석이라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언제나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하는걸까?
 그래서 인기가 있는건가?

 

『아오바.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만, 조미료가 될 수 있는건가?
"들은적 없어! 그보다 그런 옛날 일 기억도 안나기도 하고. 아무래도 좋으니까. 애정이 조미료라든지 보통 말하지않는다고.
"그렇지 않은걸, 틀린걸 말한건 아니잖아? 내게 무척 소중한 추억이라고, 게다가......"

 

 거기서, 코우자쿠는 뭔가 좋은 걸 생각해 낸것 같은 얼굴로 나를 봤다.

 

"지금의 네가 만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생일 케이크.
"헤?"
"지금이면 요리할 줄 알잖아."
"요리와 케이크 만드는건 전혀 별개같은데."
"별로 실패한다해도 상관없어. 아오바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다는 게 중요하니까말이야."
"…………"

 

 또 뭔가 이상한 말을 하고 있어......
 역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외면했다.
 뭐랄까 굉장히 진 기분이 되는 것이 어째......

 

괜찮잖아, 아오바. 줄어든진 않았을테고, 한번 솜씨를 발휘해 줘.
아오바, 필요하다면 레시피를 검색해서 표시해주겠다만.
"......그치만."

 

 렌과 베니의 말에 넘어가자, 코우자쿠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우쭐거리지 말라고."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코우자쿠는 싱긋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훌륭한 영업 스마일을 보였다.

 

"기대하고 있을게."
"너말이야~~"

 

 ......하지만.

 

 뭐, 오늘은 이녀석 생일이고.
 하루, 아니 실패하게 된다면 분명히 이틀이 늦어버리겠지만.
 이 녀석이 먹고싶다고 말하니, 어쩔 수 없나.

   오늘의 주인공은 이 녀석이고.
 응.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내일, 퇴근길에 슈퍼에 들르기로 했다.

 

 

 

-

 

 

첫 번역 시작은 코우자쿠! 플레이할때도 코우자쿠먼저 했었지요. 의역, 오역..많아요.

정말 소꿉친구다운 커플이라 뭘하든 예상가는 느낌이지만 알콩달콩스러운건 얘네가 최고지싶습니다.

+ 대사있는 부분만 어느정도 수정했습니다. 첫 번역이라 틀린 부분이 많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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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옛날장르라 SS 조각글 번역찾기가 너무나도 어려운것...

해서 그냥 제가 해버리는 번역..자기만족도 하고 백업도 하고 겸사겸사~

키랄 공홈에 가면 바로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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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공식 글을 번역한걸 열심히 찾아보다가 안되겠다싶어서 내가 번역해보는 글.

취미로 대충 읽기만 해봤지 번역해서 올려보는건 처음이라 의역, 오역이 심합니다. 대놓고 오타가 티나는게 있다면.....알려주세요...

나름 노가다의 산물이니 보시게되면 어딘가로 퍼가거나 캡쳐는 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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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엘장르라 그런지 따로 블로그 파서 활동했던(..)사람들이 많았길래 만들어봤습니다.

한순간 불타오르는 걸수도있겠지만 이미 시작한 덕질 끝까지 해보겠다! 라는 느낌으로 시작.,!

첫 티스토리 개설이라 이것저것 건드리는것만해도 몇시간을 허덕였는지..아무튼

 

슬프게도..늦...덕이라..무슨 계정만들기도 뭐하고 누구한테 말하기도 민망해서 그냥 혼잣말도 하고 앓기고 하고 백업등 겸사겸사 만들어봤습니다.

이왕 만들었으니 다른 장르들도 올라올수도 있겠지만..지금은 dmmd 파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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