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그렇다고해도 평일이기에 일은 확실히 있다.
평소보다 일찍 눈을 뜬 나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근시간이 될때까지 렌과 함께 방에서 보내고 있었다.
집을 나서기엔 이르지만, 뭔가 하기엔 부족할 정도의 시간이었기 때문에, 침대에 뒹굴며
코일로 뉴스를 체크하거나 해본다.
코일을 보면서 자세를 바꾸자 허리가 팽팽하게 당기는 듯한 느낌에 얼굴을 찡그렸다.
"아~......"
어제는 신제품 예약개시라, 배달도 안가고 계속 카운터에 앉아 전화문의만했으니까
조금 어깨가 뻐근한 것 같았다.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다 문득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저기, 렌."
침대에 앉아 잡지를 보던 렌이 얼굴을 들어 나를 돌아본다.
"전에 말야, 생일 선물로 어깨 안마권을 줬잖아? 그거 아직도 유효해?"
"아아, 언제든지."
"그럼 좀 부탁해도 될까."
"지금 말인가?"
"응. 좀 어깨가 뻐근한것 같아서 말이야~."
나는 일어나 렌에게 등을 돌리고 앉았다.
렌은 당황한것 같지만 잡지를 두고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대로, 어깨를 두드리면 되는건가?"
"그래그래. 가볍게 손을 쥐고, 주먹으로."
내 말대로 렌이 살짝 주먹을 말아 어깨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완만한 진동이 어깨에 울려왔다.
하지만....조금 더 강한 편이 좋으려나.
"음~ 더 세게 해도 좋아."
"아프진 않나?"
"전혀."
"...그런가."
사정을 모르는건지 렌은 의아하면서도 아까보다 더 강한 힘으로 어깨를 두드렸다.
이제야 굳어진 근육이 풀려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그 편안함에 눈을 감는다.
"이정도면 괜찮나?"
"응......좀 더 위쪽, 일까나."
"여기인가?"
"아, 응, 거기."
렌은 뭐든지 습득이 빠르니까 어깨 안마도 금방 요령을 익히는 것 같다.
아프지도 약하지도 않은, 적당한 강도의 진동에 감탄한다.
다른사람이 어깨를 두드려준다는건 상당히 기분좋은거구나~
그렇다고 해도 나는 어느 쪽이든 할머니의 어깨를 두드리는 담당이니까, 다른 사람이 해 준 적은 별로 없다.
평소에는 굳은 근육을 그렇게 신경쓰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은 이런것도 좋은걸.
.....그보다, 렌 정말 잘하는데.
이런거라면 어깨만 해달라고 하지않고 등을 전체적으로 해 주는게 좋을지도.
"저기 렌. 이왕이면, 다른 곳도 해줄수 있어?"
"다른 곳, 어디?"
"지금은 어깨잖아? 등이라든가 허리라든가 말이야. 나 뒹굴면서 자니까.
"상관없다만."
"좋았어."
오늘만큼은 어리광 부려도 되겠지.
나는 렌 앞에서 벌렁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등을 주무르면 되는건가?"
"응, 다양하게 해봐준다면."
"알았다."
렌이 얼마 지나지않아 내 등을 눌러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망설이는건지 손의 움직임이 어색하고 힘도 어딘지 모르게 약하다.
렌 쪽을 돌아보니 렌은 성실하게 내 옆에 바르게 앉아 힘들게 팔을 뻗고 있었다.
"그 자세로 하는거, 힘들지?"
"확실히 하기 쉽다고는 말할 수 없다."
"더 과하게 해줘도 괜찮은데."
"그래도......"
렌은 손을 멈추고 곤란한듯 나를 쳐다봤다.
"편한 자세로 할려면 아오바의 위에 체중을 두거나 혹은 올라타는 것 밖에 없다."
"괜찮잖아? 별로."
"무거울거다."
"전-혀. 그런 거 이제 와서 신경 쓰지말라니까."
렌은 변명의 여지없이 미안하다고 중얼거리곤 조심스럽게 내 허리를 넘었다.
나에게 체중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걸까. 무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자세를 고정할 위치를 정하고 나서, 렌이 다시 등을 누르기 시작했다.
아까보다도 더 제대로 된 힘으로 내 근육을 압박한다.
"어떤가?"
"응, 잘하네 잘해. 기분좋아~. 좀더 강하게 해도 돼."
"이렇게?"
"아, 아야야야.."
"...미안하다."
특히 뭉쳐 있는 부분에 손가락이 들어가 소리를 지르자 렌이 곧바로 손을 멈췄다.
"조금 지나쳤던것 같다."
"아냐 아냐. 마사지 할때 아프다는 건 거기가 안좋다는 거니까. 중점적으로 눌러서 푸는 편이 좋겠어."
"그런건가?"
"그래. 너무 오래 당하는 건 아프겠지만, 조금이라면 전혀 상관없으니까."
"알았다. 해보지."
렌이 다시 내 등을 눌러주기 시작한다.
이번엔 좋은 느낌의 압박에 무심코 밀려나듯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좋아."
목욕을 할때의 아저씨 같다고 생각하면서, 나의 반응을 듣고 힘의 가감을 바꾸고 있는 것인지,
점전 능숙해져가는 렌의 마사지에 목소리가 나와버린다.
혈액순환이 잘 될 것 같아서 어쩐지 체온도 올라가는것 같단 기분이 든다.
굉장히 기분이 좋다.
"아, 거기......, 으......"
"…………"
".....읏, 아~......"
"…………"
"응......, 으으......"
몸이 밀리는 대로 신음내고 있자니 렌의 움직임이 다시 멈췄다.
기분좋은 꿈에서 깨어난 듯한 아쉬움에 뒤돌아보니 렌이 답답한 얼굴을 하고 나를 보고 있었다.
입술을 떼며 뭔가 말하고 싶은것 같았다.
"...아오바."
"응?"
"그, 정말 이게 맞게 하고있는 건가?"
"뭐가?"
"마사지라는 것에 대해서인데......"
"응, 절묘한 힘 조절에 엄청 기분 좋았는데."
"…………"
"왜 그래?"
렌이 묘하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으로 얼굴을 돌린다.
그 옆 얼굴은, 볼이 살짝 붉어보인다.
"올메이트 때는 별로 신경 쓴 적이 없었다만, 사람으로서 접하게 된다 생각하니.......
여러가지 사정이 다른 경우가 많군."
"? 무슨 의미야?"
"계산이나 상정한대로는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니, 신경쓰지 말아줘."
"뭔데, 신경 쓰이잖아~"
렌이 말하지 않으려고해서, 조금 물고 늘어져 본다.
응석에 이어서, 가끔은 제멋대로 해도 좋은데 말이지~......근데.
어라
내가 생일이라는 건, 즉 렌도......?
"있잖아, 오늘 렌의 생일이기도 하지?"
"확실히, 그렇게 되겠군."
렌은 원래 내 인격의 한 조각이니까, 그렇게 되는건가.
그렇다면 나만 어리광 부리는 건 안 되지.
"렌, 뭔가 원하는게 있어?"
"원하는 것...."
"재가 해줬으면 하는 것도 좋고. 뭔가 희망이 있다면 거리낌 없이 말해 봐."
"…………"
렌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오바가 곁에 있어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럼 평소와 다름없다고. 가끔은 투정이나 어리광 부린다든가, 어쨌든 뭐든지 말해 봐."
"…………"
렌이 다시 잠자코, 아까보다 더 긴 시간을 두고 나를 봤다.
"그렇다면...... 하나만, 괜찮을까."
"응. 뭔데?"
"아오바는 내 머리를 잘 쓰다듬지?"
"아아."
렌이 올메이트였을 때의 버릇이 사라지지 않아서, 지금도 그만 엉망진창 헤짚어버릴것만 같다.
"나도 그걸 아오바에게 해봐도......괜찮을까."
"...헤?"
"언제나 아오바가 기쁜 듯이 하고 있으니까, 어떤 기분이 들까 하고 흥미가 있었다."
"…………"
농담이라 생각했는데, 렌의 얼굴은 지극히 진지했다. 용기를 내서 말하는 느낌이 넘쳐 흐른다.
그것보단......
설마 그런 대답이 올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나는 좀 당황했다.
내가 엉망진창 어루만질 때 렌은 싫을까- 라고 가끔 생각할때는 있었지만......
사실 해보고 싶었던 건가
하지만 그정도는 아무 문제가 없다. 식은죽 먹기다.
"좋다고~. 하고싶은 만큼 엉망진창 해봐. 그래도 별로 생일이 아니라도 그런 건 언제든 괜찮지만 말이야."
"그럼, 만져도 되는건가."
"자, 하시죠."
렌이 굉장히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살짝 손을 뻗어 내 머리를 만졌다.
손가락 끝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머리를 비빈다.
어쩐지 간지럽다.
"더 세게 해도 괜찮대도."
"그런가......"
이번에는 약간 큰 움직임으로 머리를 훑어내자, 렌이 움직임을 멈췄다.
머리가 헝클어진 나를 보고는, 렌은 왜인지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이상하지. 부스스하고."
"아니......"
렌이 나를 응시한 채 말을 멈추고, 천천히 입을 연다.
"이런 상태의 아오바도.....나는 좋아한다."
"헤?"
무슨 의미인지 한순간 알 수 없어 나는 눈을 찡그렸다.
이런 상태라니, 머리가 푸석푸석한 나를 좋아한다는 거야?
그거....어떤거지?
뭐 나도 렌 머리를 쓰다듬으니까, 사람에겐 말하지 못하지만...
복잡한 심경이 돼서 렌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다시 붉어진다.
"렌?"
"즉......머리가 헝클어진 상태가 된 아오바는 여느 때와 달리, 귀엽다고 생각한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너?"
나도 모르게 그만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머리가 부스스한 상태가 귀엽다는 말을 들어도...
렌이 반응하는 포인트를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괜찮으려나.
오늘은 이녀석의 생일이기도 하고.
"별로 생일이 아니어도, 또 하고 싶으면 해도 돼, 읏차"
"……!"
말하면서, 나는 히죽 웃으며 렌의 머리를 양손으로 섞었다.
렌의 머리가 부슬부슬해질때까지 만져댔다.
"…………"
"똑같네."
그렇게 말하자 놀란 듯 눈을 깜박거리던 렌이 금방 웃었다.
그 머리를 끌어당기곤, 이마와 이마를 맞춘다.
"생일 축하해, 렌."
"...생일 축하한다, 아오바."
"그리고......세이도, 또 다른 나도.."
"...아아."
렌도, 세이도, 또 한 명의 나도.
모두 함께 태어난,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존재다.
모두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세이도, 또 한 명의 나도...생일을 기뻐했으면 좋은데.
"......그런데 아오바. 슬슬 집을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
"에, ......아!"
시계를 보고 기겁한다.
푹 쉬었더니 어느새 출근시간이 빠듯했다.
"위험한데, 다녀올게! 이따 봐!"
"다녀와라. 조심하고."
렌의 말을 뒤에 실고 나는 가방을 움켜쥐고 방에서 뛰쳐나갔다.
오늘밤엔 할머니의 스페셜 디너와 케이크가 있기에 저녁이 기다려진다.
늘 그랬던 오늘과, 평소와 조금 다른 '특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나는 익숙한 길을 달려 '평범'으로 향했다.
-
생일 단편은 여기까지..끝. 안마권이면 렌이 올메이트시절때 아오바 생일에 줬던거 아닌가요...? 그 떡밥을 여기서 회수하다니...ㅜㅜㅜ
렌 너무 귀엽다....ㅠㅠ 리커넥트 할때까지만해도 세이의 모습을 한 렌이라 생각하니...그냥저냥한 기분이었는데 아오바만을 바라보는 순정남 렌을 계속보다보면 자꾸 마음이 가게되네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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